'화란' 송중기의 홍사빈 구하기 [영화 리뷰+]

입력 2023-09-25 05:30   수정 2023-09-25 05:31



불편하고, 잔인하다. 등장인물들도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지만,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만만치 않은 감정 소모가 이뤄진다. 영화 '화란'은 그런 영화다.

'화란'은 네덜란드의 음역어이자 재앙과 난리 또는 재변에 의한 세상의 어지러움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두루 담는다. 희망도 없는 동네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를 방관하는 어머니로 인해 돈을 모아 네덜란드로 떠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가 된 18살 연규(홍사빈 분)와 그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는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의 진흙탕 같은 현실이 러닝타임 내내 펼쳐진다.

송중기가 영화 '승리호'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라는 점, 노개런티로 출연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영화를 이끄는 화자는 연규다. 엄마와 재혼한 새아버지의 폭력을 막아주는 피도 섞이지 않은 여동생 하얀(김형서 분)을 괴롭히던 일진들에게 주먹을 날리다 합의금 300만원을 물어주게 되고,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배달원으로 일하는 중국집에 가불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의 모습을 보고 치건은 "갚지도 말고, 찾아오지도 말라"는 조건을 달고 합의금을 건네지만, 새아버지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던 날 연규가 치건을 다시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

친아버지에게는 버림받고, 새아버지에게는 몸에 멍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맞지만, 그런데도 연규는 선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중국집 사장이 "한 그릇만 시키냐"며 담뱃재를 털어 넣은 짜장면을 배달하면서 "먹지 말라"고 하고, 생일인 아이를 위해 자신이 갖고 있던 열쇠고리를 기꺼이 내준다. 중국집에서 퇴근할 땐 문 앞에 묶인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고, 불필요한 희생은 피하려 노력한다. 심지어 새아버지의 폭력에 방관하는 어머니까지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규가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할 때 하얀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그를 옹호하는 것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화란'이 잔인하고 불편한 건, 이런 선한 미성년자인 연규가 잔혹한 현실로 인해 망가지는 과정을 끊임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치건은 연규의 인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말없이 돕고, 응원하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이들을 극한으로 몰고 가고,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는 이들 모두 연규와 치건이 진심으로 도왔던 인물들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느와르 장르에 '신세계'와 '아수라', '헌트' 등을 선보인 사나이픽처스가 제작을 맡았지만 화려한 액션은 등장하지 않는다. 찐득하고, 거칠고, 쾌쾌함마저 느껴진다. 송중기는 '화란'의 이런 부분에 반해 출연료도 받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배우로서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그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가 보여주고 싶었을 것으로 보이는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도 확실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의도된 불편함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간이 고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새로움 없는 전개, 반전 없는 캐릭터, 여기에 거북함까지 안기는 폭력과 자해, 살인 장면이 나열되면서 자연스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견디며 다다른 목적지 역시 너무나 뻔한 손쉬운 결론이라는 점에서 허무함을 안긴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됐다. 송중기의 첫 칸 입성작이다. 러닝타임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한 줄 평: 영화제 초청 영화의 작품성과 대중성의 괴리, 여기에서 봐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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